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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Ilya Pavlov

회원 광장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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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용

 

전 KBS 아나운서
한국시인협회 회원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에피소드 1,2,3

Episode 1 - ‘잠자는 새는 쏘지 않는다’


저녁 식사 후 체중을 여유 있게 받쳐주는 소파에 누워 FM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었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비 오는 날에 맞춰졌을까? 오늘따라 차분하고 편안하게 파고들었다.


현업 시절, DJ 프로그램 <Pops Pops 임병용입니다>, <이 밤과 함께> 등을 참 오랜 시간 진행한 경험이 있지만 상대 누군가에게 이처럼 평온하게 다가선다는 것은 바로 ‘仁’ 어진 마음을 베푸는 게 아닌가 하는 좀 비약적인 생각이 들었다.


공자의 ‘仁’ 사상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실천 덕목인데, 자신에게 스스로 인자하지 못하면 남에게도 인자한 마음을 베풀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 귀결돼 있다. 잠자는 새를 쏘지 않는 것, 개미나 땅바닥의 미물들이 짚신에 밟혀 죽을까 짚신 바닥을 촘촘히 엮지 않고 만든 신발을 신고 다녔던 수행자(스님)들, 닭장의 알을 꺼내 갈 때도 노크를 하고 들어가는 양계장 주인의 마음.


이러한 게 다 ‘仁’의 실천인 것이다. 지금 베란다 창밖 짙푸른 나뭇가지에서 졸던 새가 절 보고 웃고 있네. ‘Have a beautiful day!’

Episode 2 - ‘장미는 죄가 없다, 고혹적인 흐느낌만 없다면...’

 

『가자, 장미여관으로』 (마광수 교수 시집)
《불량소녀 장미》 (1965년 개봉 作 신성일·엄앵란 출연)


여인의 맨살에 닿는 언더웨어에 장미 문양이 새겨지고, 중세 영국 등 유럽 기사(騎士)의     문양에도 장미가 새겨져 있다. 애정 고백의 필수 코스에도 100송이 또는 100만 송이의 장미   가 소환된다. 시골집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민 장미에 다가가 코를 댈 때도 십중팔구, 하나같이 눈을 감는다. 은밀한 향에 대한 경외감일까...


정열과 순결과 욕정의 가시, 장미 
고대 로마에서부터 시작해 신라의 서라벌까지 번진 사랑의 화신, 장미 
순수한 모순, 장미 
그대 이름은...


ps: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장미 가시에 찔려 결국 파상풍으로 사망한 최초의 시인이다.

Episode 3 - “회장이라고 일만 시키고 말야, 노래 부르라고 마이크 한 번 안줘!”

 

능청과 인간다운 투정, 순간의 조크를 늘 즐기는 이계진 아나운서클럽 회장이 봄소풍 모임 프로그램이 거의 마무리될 무렵, 이 같은 말을 내뱉으며 사회자(왕종근·김병찬 아나운서)의 마이크를 낚아챘다.


잠시 ‘음 음’ 목청을 가다듬더니 송창식의 ‘맨 처음 고백’을 뽑아냈다. 평소 관봉 회장은 관중 앞에서 별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데 첫음절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한 마디로 열정-열창 그 자체였다.


일흔 하고도 꽤 지난 춘추인데도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내는 풍부한 성량과 온몸으로 감정을 모아 노래하는 제스처 등이 봄 소풍에 참여한 90여 선후배 모두를 즐겁게 환호성을 지르도록 했다. 역시 인간미나 부드러운 카리스마 그리고 유머 감각에서 항상 돋보이는 선배 아나운서 중 으뜸 자리이시다.


아마 지금, 이 시간쯤에도 가깝고 먼 산의 뻐꾸기 소리 들으며 곤지암 자신의 농장(동산)에서 밭을 돌보고 있을 것이다. 늘 풍부한 햇살과 바람과 먼 산과 안개, 구름을 보며 넉넉한 삶을 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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