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온 내 생애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내가 공중파 방송사의 아나운서였다는 사실이 꿈결처럼 머나먼 추억 속으로 묻힐 뻔했으나, 매우 고맙게도 한국아나운서클럽의 눈부신 결속력 덕분에 우리 모두 그러하듯이 나 또한 나의 머나먼 이력에 대한 자부심을 현재진행형으로 지니게 됐다.
태어나 처음으로 ‘100살까지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가 백 살을 산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꿈도 꾸지 않았다. ‘이제는 백세시대이다’, ‘모세 나이만큼 120살까지 산다’, ‘앞으로는 150살도 살 수 있다’ 하는 말들을 그저 남들 따라 입에 올리긴 하지만 전혀 실감도 나지 않고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원래 부지런한 삶을 좋아하지 않았다. 36년을 방송국에서 일하다 보니 밤낮없이 방송하고 프로그램 만들고 부대끼다 보니 보람 있었지만 지치기도 해서 퇴직하면 원래의 나로 돌아가 맘껏 게으름을 피우며 탱자탱자 놀려고 했다. 그런데 습관이 무서운 거였다. 습관이 인생을 만든다고 오전 9시면 어김없이 요망한 강아지 모카가 날 잡아끈다.
대만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대만 국영방송인 CBS에 근무하던 중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를 하게 됐고 우리는 넓은 시장을 향해 대만에서 중국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대만이나 중국이 같은 중국이라 생각했던 우리의 생각은 많이 빗나갔고 사회주의 국가의 많은 잔재들이 우리를 당황시켰다.
저녁 식사 후 체중을 여유 있게 받쳐주는 소파에 누워 FM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었다. 현업 시절, DJ 프로그램 <Pops Pops 임병용입니다>, <이 밤과 함께> 등을 참 오랜 시간 진행한 경험이 있지만 상대 누군가에게 이처럼 평온하게 다가선다는 것은 바로 ‘仁’ 어진 마음을 베푸는 게 아닌가 하는 좀 비약적인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서울 도심의 녹지 - 조선 성종과 그의 계비 정현왕후, 중종의 능묘인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서울 선릉과 정릉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선정릉은 조선 제9대 왕 성종(1457-1494)과 정현왕후 윤 씨(1462-1530) 그리고 성종의 둘째 아들인 제11대 왕 중종(1488-1544)의 왕릉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고즈넉한 분위기와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