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글
우리말 다듬기(23)
k킬로와 c센티 m밀리 μ마이크로 n나노는 數이다
김상준
언론학박사
(전) KBS아나운서실장
(전) 동아방송대 교수
지난 6월 모 인터넷 신문 기사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공격해 지금까지 '9 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 인프라를 파괴했다고 한다. 1 기가와트는 10억 와트 및 100만 킬로와트(KW)이다." 여기서 ‘100만 킬로와트(KW)’는 잘못 된 표기이다. 킬로와트는 kW로 써야 한다. 소문자 k는 1000을 뜻한다. W(와트)는 스코틀랜드의 기계공학자로 산업혁명에 중대한 역할을 한 증기기관 개량에 공헌한 제임스 와트(James Watt,1736~1819)의 이름을 단위로 쓴 것이다. 그래서 대문자로 쓴다.
소문자 k로 쓰는 킬로kilo는 1000을 의미하는 킬로미터(km), 킬로그램(kg), 킬로와트(kW) 등으로 이용된다. 킬로 외에 역시 수를 뜻하는 밀리 m는 천분의 1, 센티 c는 백분의 1, 데시 d는 십분의 1을 나타낸다. 이렇게 킬로 k까지는 소문자, 메가 M 이상은 대문자로 쓴다. 메가와 기가 등 수의 표기를 정한 SI 즉 국제단위계(international system of units)의 수표기를 소개한다. da데카는 십, h헥토는 백, k킬로는 천, M메가는 백만, G기가는 십억, T테라는 1조, P페타는 천조, E엑사는 백경, Z제타는 십해, Y요타는 일자(10의 24승)로 쓰고 있다. 그러나 2023년 8월 2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R론나(10의 27승)와 Q퀘타(10의 30승)까지 확장해서 쓰도록 결정했었다.
이상은 1보다 큰 수를 나타내는 것이고 1보다 작은 수도 만들어 쓰고 있다. 1의 십분의 1은 d데시, 백분의 1은 c센티로 쓰고, 이어서 m밀리(천분의 1), μ마이크로(1/백만), n나노(1/십억), p피코(1/1조), f펨토(1/천조), a아토(1/백경), z젭토(1/십해), y욕토(1/일자, 10의 -24승)으로 이어지는데, 2023년부터 r론토(10의 –27승), q퀙토(10의 –30승)까지 더해서 쓰고 있다.
서양에서의 수는 동그라미가 세 개씩 늘어나는 수를 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일 십 백 천’으로 네 개씩 늘어나는 수를 써서 편리하다. 동양에서는 서양에서 정한 Q퀘타인 10의 30승보다 동그라미가 38개 더 많은 10의 68승까지 쓰고 있다. 一十百千에 이어 만萬 억億 조兆 경京 해垓 자秭 양壤 구溝 간澗 정正 재載 극極(10의 48승) 항하사恒河沙 아승기阿僧祈 나유타那由他 불가사의不可思議 무량대수無量大數(10의 68승)로 이어진다. 수만이 아니라 단위를 나타낼 때도 착각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 지난 9월 조선일보 칼럼, ‘북한의 자해 소음’이라는 글로 휴전선 지역에서 북한이 소음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글이다.“<고성능 스피커에서> 나는 2~5Khz 고음은 인간의 귀 모양을 따라 잘 증폭되고, 또 대뇌의 어떤 부위는 이런 특정 소리에 매우 강한 불쾌함을 느낀다고 한다.” 여기서 ‘2~5Khz’는 두 가지가 잘못된 표기이다. 2내지 5Khz에서 킬로는 소문자 k로 쓰고 hz는 대문자로 시작되는 Hz로 써야 한다.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k는 1000이라는 수이며, Hz헤르츠는 진동수의 단위이다. 100Hz는 어떠한 현상이 1초에 100회를 반복, 혹은 진동한다는 뜻이다. Hz는 전자파電磁波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독일의 헤르츠(Heinreich Hertz, 1857∼1894)의 이름을 딴 것으로 1960년 이후부터 단위로 쓰고 있다.
이렇게 과학자들의 이름을 사용하는 단위는 V볼트, A암페어, Pa파스칼 등이 있다. 전압을 나타내는 V볼트는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인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 1745~1827)이며, 전류의 세기를 나타내는 A암페어는 프랑스 물리학자 앙페르(André-Marie Ampère, 1775~1836), 기압의 단위인 Pa파스칼은 프랑스의 수학자이며 과학자인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의 이름이다.
현재 방송 주파수는 Hz헤르츠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는 사이클cycle을 사용했었다. 한국의 국가 기간방송인 KBS의 호출부호call sign은 HLKA이며, 대표방송의 라디오 주파수는 중파인 AM 711kHz, 수도권의 표준 FM 97.3MHz이다. 킬로k는 소문자, 메가M는 대문자이다. HLKA에서 HL은 국가부호prefix이고, KA는 방송사 고유부호suffix이다. 중파방송中波放送인 AM 방송은 표준방송standard broadcasting이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