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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앗, 나의 실수!' - 왕종근 아나운서 편
생방송 '앗, 나의 실수!'
왕종근 아나운서의 실수담
왕종근
前 KBS 아나운서. M•C


< '생방송 세상의 아침' 진행 당시 사진 >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산다. 하지만 생방송에서의 실수는 공공성을 갖고 있어 웃음과 함께 때론 책임이 따르기도 한다.
아나운서의 생방송 NG!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편집자 注>
이야기1 - 마이크 실종사건
<생방송 세상의 아침>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실수담이다. KBS 2TV에서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무려 3시간을 진행하느라 새벽 3시 반에 출근했고 그야말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시간 대였다. 한 번은 오프닝을 하는데 귀에 끼고 있는 ON AIR에서 PD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핀 마이크 어디 갔어? 안 보여!!
“왕 M·C ! 마이크가 없나봐?”
“엉!”
놀라서 옷 상의 이곳저곳을 더듬어 봐도 핀 마이크가 없다. 생방송 중이었지만 일어나 찾다보니 내가 깔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급히 옷깃에 꽂고 솔직하게 시청자에게 사과를 했다.
“아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마이크를 깔고 앉았네요.”
말하는 순간 경위서가 눈앞에 어른거렸고 옆에서 진행하는 여 M·C보기에도 민망했다. 다행히 아나운서실에서는 모르고 있었고 제작부서에서는 그 당시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었다는 이유 아닌 이유로 면죄를 주셨다.
이야기 2 - 꿩의 새끼 !?
또 한 번은 <세상의 아침>을 진행할 때인데 리포터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꿩 농장을 취재해왔다. 예쁜 장끼와 까투리가 수 없이 날고 있고 옆 칸에는 정말 귀여운 새끼 꿩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때 왕 M·C 의 호기심 발동, 대본에 없는 질문이 나와 버렸다.
“송아지나 강아지 같은 새끼를 일컫는 표현이 있는데 새끼 꿩은 뭐라고 부르나요?”
리포터의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 “어머, 저 모르는데요.” 다른 출연자들 7∽8명이 같이 앉아있어 혹시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쓰-윽 쳐다보니 다들 내 눈을 피하는 게 아닌가?
또 다시 사과멘트!
“죄송합니다. 새끼 꿩을 일컫는 단어가 있는지 알아보고 다음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뒤 아나운서실로 편지 한 통이 왔다.
“왕 아나운서님은 늘 해박한 지식으로 방송한다고 생각했는데 새끼 꿩의 명칭을 몰라 쩔쩔매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답을 보내드립니다. 새끼 꿩은, 꺼병이라고 합니다.” 라고.
그 후 새끼 꿩은 꺼병이 라는 걸 절대 잊지 않게 됐다. 친절하고 따뜻한 내 프로그램 시청자 덕에…….
흔히들 사람들은 어리숙하다는 의미로 ’꺼벙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꺼병이’가 바른 표현이란 걸 이 기회에 말해두고 싶다.

이야기 3 - 고구마 아니야?
예기치 않게 녹화 중에도 N·G가 많이 난다.
부산 KBS근무할 때 <퀴즈로 배웁시다>라는 초등학생 퀴즈대결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방학이 되면 경남지역 초등교학생들 출연이 많았다.(경상 사투리가 좀 심한 편) 문제의 답은 ‘고구마’였다.
동그라미 팀의 학생이 버저를 눌렀다.
“네. 정답은요, 고매입니다.”
“앗, 답을 아시는 것 같은데 석자로 답해보세요.” 그 학생이 다시 버저를 눌렀다.
“정답은 요 물고매요 물고매!”
순간 모든 스텝들은 일시에 뒤집어졌고 여자 M·C는 밖에 나가 5분 쯤 웃다가 들어와서 녹화를 속행했다.
‘물고매’는 결국 정답으로 인정됐고 이 물고매 사건(?)은 지금도 부산경남 지역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야심차게 선을 보인 새로운 코너, "생방송 '앗 나의 실수'"가 어떻게, 회원 분들께 재미를 주었을지 모르겠다. 앞으로 더 즐거운 코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라며 즐거운 사연이 있을 경우 아나운서클럽 편집팀에 제보 바람. <편집자 注>